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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다섯 평 집에 혼자 살면 어떻냐구요?

평화롭고, 넓고, 여유롭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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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다섯 평, 어떤가요?

최근에 나는 열여덟 평 집에서, 서른다섯 평 집으로 이사를 왔다. 큰 짐은 전문 업체에 맡겼고, 작은 짐들은 새 집에 넣을 것들만 골라 차근차근 옮겨넣고 있다. 방은 세개, 아니 거실도 방처럼 쓰니까 사실 네개다. 침실로 하나를 쓰고, 작업실로 하나를 쓰고, 창고 겸 서버룸으로 하나를 쓴다. 거실은 서재이면서 식당이면서 글을 쓰는 공간이다.

서른 다섯평이 주는 첫인상은, 여유롭고 미니멀하다는 점이다. 미니멀리즘의 핵심은 물건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넓히는 데에 있었다는 걸 깨닫기도 했고. 서른다섯평쯤은 되어야 용도에 맞게 확실하게 공간을 구분할 수 있는 것도 같다. 열여덟 평 집은 방과 화장실 숫자의 구성까지는 같았지만, 공간이 구분되는 느낌은 적었기 때문이다.

 

이사의 이유

계약기간이 끝나가며 새 집을 찾아야 할 시기가 다가오면서 나는 새 집에 대해 여러가지 고민을 했고, 그러다 하나의 주제에 집중하게 되었다. 바로 환경은 행동을 만든다는 점이다. 생각은 “sum=(input)”이다 에서의 결론과 일맥상통한다.

나는 2023년이 성장을 위한 레벨업에 집중해야만 하는 한 해라고 생각했고, 그렇기에 최상의 공부 및 업무 퍼포먼스를 위한 공간을 찾았다. 내가 하는 일은 나의 집중력과 투입시간에 따라 성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조건에 딱 맞는 집을 찾을 수 있었다. 그래서, 이사를 들어오면서 최상의 퍼포먼스가 나올 수밖에 없는 환경으로 구성했다. 내가 정의한 개인적 퍼포먼스는 다음과 같았다.

 

최상의 퍼포먼스 (Both Physical & Mental)

  • 지적 능력의 사용한계 증대
  • 단단한 집중력 유지성
  • 창의적, 발산적 사고력
  • 인테리어의 심미성을 통한 행복감
  • 편안한 수면환경

 

나는 채광과 전망이 좋은 새 집의 거실이 목적 달성의 핵심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거실엔 폭 2.4미터짜리, 공유오피스와 카페에서나 볼 법한 큰 테이블과 벤치를 새로 사 넣었다. 글도 쓰고, 책도 읽고, 와인도 마시고, 놀러온 친구들과 함께 식사도 한다. 이사온 지 일주일쯤 되었는데, 기획했던 대로 집에 있는 대부분의 시간을 이곳에서 보내는 나를 발견했다. 거실을 작업실로 꾸며두었던 이전 집과, 거실을 다용도 공간으로 꾸며둔 지금, 나의 행동 패턴은 정말 다르다.

이사나온 집도 방 셋, 화장실 둘의 구성이었지만, 거실에 데스크탑을 두었고, 그랬기에 대부분의 시간을 거실 컴퓨터 앞에서 보냈다. 주로 앉아있는 공간이 컴퓨터와 모니터로 가득찬 책상이었기 때문에, 책이나 노트북같은 다른 아이템이 올라올 공간이 없었다. 거실 컴퓨터 앞에서 보낸 시간이 많았던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컴퓨터로 진행하는 업무의 편리함은 높았지만, 창의적 사고를 위한 독서나 글쓰기를 위한 공간으로는 사용되기 어려웠다. 일하기는 좋았지만, 공부하기 참 어려운 환경이었다.

그래서 이사를 오면서는 작업실을 방으로 밀어넣어 버렸다. 데스크탑 사용시간이 꼭 필요할 때만으로 극히 줄어들었고, 대부분의 시간을 노트북과 아이패드, 책을 보며 보내고 있다. 지난 1주일간, 독서와 글쓰기 시간은 이전보다 엄청나게 확장되었다. 이런 퍼포먼스를 유지하기 위해 책상 사용에 대한 규칙도 정했다. 스탠드와 충전기 이외에는 붙박이 물건을 올려놓지 않기로.

거실 쪽창 앞에는 책꽂이와 하만카돈 스피커를 놓았다. 눈앞에 책이 계속 보이는 환경,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계속 흘러나오는 환경으로 구성하기 위해서다. 큰 테이블과 책꽂이, 스피커와 간단한 간접조명만으로 깔끔한 개인카페 내지는 프라이빗한 공유오피스같은 느낌을 완성할 수 있었다.

곧 과외나 스터디, 모임을 이 공간에서 진행할 생각이다. 대략 여섯 명까지 편하게 앉을 수 있는 공간이다. 과외로는 직장인 대상으로 영어 발음코칭 세션을 진행해보려고 한다. 스터디나 모임은 글쓰는 사람들과 함께일 수도,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할 사람들을 모아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어쩌면 함께 요리하고 음식을 나누는 것일 수도 있겠지.

멋지게 꾸며둔 새 공간에서, 멋진 아웃풋들이 나올 수 있도록 움직여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