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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은 “sum=(input)”이다

좌파, 우파, 욕망, 취향, 이상형, 직업관, 세계관, 우울과 행복감까지도, 모두 상황이 만들어 낸 인풋의 총합일 뿐, 순수한 스스로의 생각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인간은 인풋 없이 아웃풋하지 못할 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인풋의 대부분은, 당신이 처한 상황, 사는 동네, 듣고 보는 미디어, 만나는 사람에서 올 것이다.

그래서, 사람의 생각만큼이나 상황에 따라 쉽게 바뀌는 것도 없을 것이란 생각에 이르렀다. 당장 나만 해도, 스무 살의 내 환경이 빚은 생각과, 스물여덟 새해를 맞는 순간의 환경이 빚어낸 생각이 드라마틱하게 다르니까. 당시엔 나는 복지와 큰 정부를 지지하고, 불합리한 자본주의 시스템을 개혁하기를 꿈꾸는 투쟁가였는데, 지금의 나는 자산의 축적, 불로소득, 불공평에 대한 인정, 기회주의와 능력주의를 중요시하는 1인기업가이자 자유주의자에 가까워졌으니까 말이다.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을 때의 나와, 가진 것을 점점 늘려나가고자 하는 내가 이렇게 다르다.

바뀌기 힘들다는 정치적 입장마저도 이렇게 바뀔 수 있다면, 세상에 바뀌지 못할 상황은 있어도, 바뀌지 못할 생각은 없지 않을까? 한 걸음 더 나아가본다면 생각을 언제든지 바꿀 수 있을 것도 같다. 삶의 인풋과 처한 상황에 따라 나의 입장이 크게 바뀌었던 것처럼, 우울도, 돈에 대한 생각도, 인생에 대한 생각도, 인풋을 바꾸는 것만으로 바꿀 수 있을 테니까.

또 다른 생각으로 발산해보자면, 사람의 진심은 상황에 따라 언제나 바뀌고, 그렇기에 “진심”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아도 되지 않나 싶은 생각에 다다르게 되기도 한다. 대기업 오너는 당연히 낮은 법인세와 자유로운 고용시장을 원할 것이고, 정치가는 언제나 더 많은 표와 여론을,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은 그것을 지켜내고 증식하기를,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은 세상을 뒤집기를 원할 테니까. 그렇기에 모든 사람의 언행은 상황이 만들어내는 것이란 걸 받아들이고, 쓸데없이 물어뜯기 위해 달려들거나, 상처받지 않는 자세를 익힐 필요도 있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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