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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는 금지할 수 없다

주말에 강원도 여행을 다녀왔다. 이틀간의 짧은 여행 중에 내 눈에 계속 밟혔던 것은, 굉장히 자주 보였던 금지표시였다. 주차 금지, 취사 금지, 야영 금지, 수영 금지, 낚시 금지 등등. 특히 내 눈길을 끌었던 건 강릉 안목해변 해송숲에 붙은 야영 및 취사금지 플래카드였다. 안목해변은 카페거리로 유명한 해변이다. 푸른 바다와 해변, 그리고 멋진 해송숲이 펼쳐져 있다.

카페거리 바로 앞, 멋진 동해바다가 펼쳐진 소나무 숲에서 캠핑을 한다는 것은 꽤나 멋진 일일 것이다. 그렇기에 당연히 캠핑의 수요가 있지만, 해송숲이 훼손되는 것은 막아야 하니 금지했을 것이다. 그러나, 금지를 한다고 수요가 없어지는 것은 아닐 테고(안목해변의 멋진 경관은 그대로이니까), 아마도 위반하는 사람이 계속 생길 것이다(과태료가 생각보다 낮은, 10만원 뿐이니까).

결국, 편리한 방법으로 금지를 선택했지만, 1. 아쉬워하는 사람들, 2. 단속을 해야 하는 두 가지 불편을 만들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현상은 금지할 수 없다.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수요가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수요를 아주 없애버리는 파괴적인 방법을 사용할 것이 아니라면, 일정 부분 합법의 영역으로 열어주는 것이 더 합리적인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강릉시에서 나서서 안목해변에 해송캠핑장을 만들어주고 예약제로 관리한다면, 카페거리와 맞물려 굉장히 멋진 관광지가 될 것이다. 캠핑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나도, 그정도의 뷰를 즐길 수 있다면 한번쯤 도전해볼 것 같다.

어떻게 보면, 금지는 “위험”에 대한 무관심의 산물이지 않을까?

“금지했으니 하지 마라, 신경쓰기 싫다. 금지했으니 안 하겠지”

그러나, 더 나은 방법은 “위험”을 관리의 영역으로 편입해서 편익을 증진시키는 쪽이 아닐까?